Day 1 – 구름 위에서 시작된 하루
아침 7시, 짐을 싣고 차에 올라 강원도 발왕산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차창 밖으로 점점 높아지는 산맥이 보이자, 아이들이 “저기 구름이 걸려있어!”라며 탄성을 질렀습니다. 발왕산 정상은 해발 1,458m, 곤돌라를 타고 오르면 ‘하늘정원’에 닿을 수 있는데, 그 길에서부터 여행의 하이라이트가 시작됐습니다.
곤돌라 안에서는 바닥까지 뚫린 유리창 덕분에 발밑으로 펼쳐진 숲과 계곡이 마치 미니어처 세상처럼 보였습니다. 이날 구름이 낮게 깔려, 마치 우리가 구름 속을 뚫고 가는 기분이었죠. 정상에 내리니 체감온도 22도, 서울보다 8도나 낮아서 한여름에도 시원한 바람이 불었습니다.
정상에 있는 ‘하늘정원’에서 360도 파노라마 뷰를 즐기는데, 아이가 갑자기 “엄마, 우리 구름 위에서 도시락 먹자!”라고 제안했습니다. 준비해 간 김밥을 꺼내 놓자, 지나가던 다른 관광객도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 순간, 발왕산 정상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우리 가족만의 피크닉 장소가 됐습니다.
Day 1 오후 – 서해의 붉은 바다를 향해
발왕산에서 내려와 차를 몰아 충남 태안의 학암포로 향했습니다. 고속도로를 3시간 정도 달려 도착하니, 바닷바람 속에 염분 섞인 향이 코끝을 스쳤습니다.
학암포의 매력은 단연 석양입니다. 갯벌과 바위섬, 그리고 멀리 보이는 어선들이 만들어내는 그림 같은 풍경이 ‘포토존’이 따로 없을 정도였죠. 이날 일몰 시간은 19시 34분. 우리는 19시쯤 해변 모래사장에 돗자리를 펴고 앉았습니다.
아이들은 파도와 장난치고, 저는 카메라를 들고 붉게 물드는 바다를 담았습니다. 해가 지기 직전, 수평선 위에 붉은 빛이 퍼지는데 정말 영화 속 장면 같았습니다.
그날 밤 숙소에서는 해산물 파티를 열었습니다. 근처 횟집에서 사온 광어회와 대하, 그리고 마트에서 산 조개를 구워 먹었죠. 아이들은 바비큐장에서 조개를 굽다 “아빠, 이거 모래 씹혀!”라며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알고 보니, 해변에서 주워온 조개껍데기 사이에 모래가 묻어 있었던 거죠.
Day 2 – 아침 바다와 갯벌 체험
이른 아침, 해변 산책을 나가니 물이 빠져 드넓은 갯벌이 드러나 있었습니다. 마침 마을 주민이 삽과 바구니를 들고 조개를 캐고 있었죠. 물어보니, “이 시각이 조개 캐기 딱 좋은 때”라며 작은 삽 하나를 빌려주셨습니다.
아이들은 갯벌에 발이 푹푹 빠지는 걸 즐기며 동죽과 바지락을 찾아냈습니다. 한 시간 만에 바구니가 절반이나 찼고, 그것으로 아침 바지락 칼국수를 끓여 먹었죠.
칼국수 국물에서 바다향이 올라올 때, 아이가 “엄마, 이게 진짜 바다맛이야?”라고 묻는데, 그 표정이 잊히지 않았습니다.
여행 팁
- 발왕산 곤돌라 왕복 요금: 성인 18,000원, 어린이 13,000원 (2025년 기준)
- 학암포 일몰 명당: 해수욕장 북쪽 끝 바위 근처 (사람이 적음)
- 갯벌 체험 시 필수: 여벌 옷, 슬리퍼, 작은 삽
- 학암포 해산물 구입: 학암포항 어시장 오전 9~11시가 가장 신선
마무리
이번 여행은 “구름 위의 산”과 “붉은 바다”라는, 서로 다른 풍경이 하루 차이로 이어지는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발왕산에서의 시원한 바람, 학암포에서의 따뜻한 석양, 그리고 가족의 웃음소리까지… 사진 속에 다 담을 수 없을 만큼 가득한 추억이 생겼습니다.